된장국에 호박 넣을까 고민한 순간
1. 퇴근하고 돌아온 저녁, 냉장고를 열었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반쯤 남은 된장이었다, 냄비 하나에 물을 붓고 멸치 몇 마리와 다시마를 넣으며 자연스럽게 국을 끓이기로 했다, 별다른 재료가 없었지만 이상하게 그날은 된장국이 먹고 싶었다, 다시마를 건져내고 된장을 풀면서 냄새가 퍼지자 집 안이 금세 따뜻해졌다, 그런데 그 순간 문득 눈에 밟힌 것이 있었다, 채소칸에 오래된 애호박 하나, 살짝 무른 감촉이 느껴졌고 그걸 보며 잠시 멈췄다, 넣을까 말까, 별일 아닌 고민이 시작됐다. 2. 호박을 자르느냐 마느냐, 그건 사소한 결정이었지만 그날 따라 이상하게 크게 느껴졌다, 호박을 넣으면 국이 달큰해지고 부드러워진다, 하지만 나는 된장국 특유의 구수한 짠맛을 좋아한다, 괜히 단맛이 섞이면 그 담백한..
2025. 11. 1.
김치전 부쳐 먹으며 나눈 대화
1. 비가 오던 저녁이었다, 유리창을 타고 흐르는 빗방울이 자꾸 눈에 들어왔고, 그 소리가 유난히 리듬감 있게 들리던 날이었다, 냉장고에 남은 김치가 생각보다 많았다, 조금 익어서 그냥 먹기엔 시큼했지만, 부침개로 부치면 딱 좋을 정도였다, 밀가루를 꺼내고, 찬물과 함께 풀어 반죽을 만들었다, 냄비 대신 오래된 후라이팬을 꺼내 기름을 두르자 고소한 냄새가 금세 퍼졌다, 김치를 송송 썰어 넣고 반죽을 섞는 그 동작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비 오는 날엔 이상하게 부침개가 그립다, 그리고 그 부침개엔 늘 대화가 따라붙는다. 2. 지글지글, 팬 위에서 김치전이 익어가는 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반죽이 퍼지며 기름이 튀는 소리가 마치 불꽃놀이 같았다, 누군가 옆에서 “냄새 좋다” 한마디를 건네면, 그 순..
2025. 10. 31.
고등학교 시절 먹던 떡볶이 따라하기
1. 가끔 매콤한 냄새가 코끝을 스칠 때면 고등학교 앞 분식집이 떠오른다,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교복 치마를 말아 올린 채 뛰어가던 그 길, 늘 붐비던 작은 가게 안은 김이 자욱했고, 커다란 냄비 안에서는 빨간 떡볶이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종이컵에 어묵 국물을 받아 들고 떡볶이를 한입 베어 물면, 매운맛이 혀를 찌르면서도 달콤하게 녹아내렸다, 그때의 떡볶이는 단순히 간식이 아니라, 우리 하루의 마침표 같은 존재였다. 2.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 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집에서 그 시절 떡볶이를 흉내 낸다, 냉장고에서 떡을 꺼내 물에 불리고, 양념을 만들기 위해 고추장과 고춧가루, 설탕, 간장, 그리고 약간의 다진 마늘을 꺼낸다, 재료를 섞다 보면 향부터가 익숙하다, 그 ..
2025. 10. 30.
추운 날 어묵탕이 생각나는 이유
1.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이상하게 마음이 먼저 따뜻한 국물을 찾는다, 손끝이 시릴 만큼 차가운 공기를 마주하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어묵탕이었다,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냄비, 그 안에서 오뎅이 천천히 익어가며 내는 향,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몸이 데워지는 기분이 든다, 굳이 거창한 음식이 아니어도 괜찮았다, 오뎅국물 한 모금이면 마음까지 녹아내리던 그때의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2. 어릴 때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항상 보이던 포장마차가 있었다, 낡은 천막 안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주인아주머니가 긴 꼬치로 어묵을 건져 내며 건넸다, 추위에 코끝이 빨개진 채로 받아 들었던 종이컵 속 국물, 그 뜨거운 한 모금이 입안에서 퍼질 때의 감각은..
2025. 10. 29.
남은 반찬으로 차린 소박한 저녁상
1. 퇴근 후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어제 먹고 남은 반찬 몇 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멸치볶음은 살짝 굳어 있었고, 어묵볶음은 양념이 가장자리에 말라붙어 있었다, 김치는 반쯤 익어 새콤한 냄새를 풍겼고, 달걀프라이는 식어 있었다, 처음엔 그냥 배달 음식을 시킬까 잠깐 고민했지만, 이상하게도 그날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굳은 반찬들을 꺼내 그릇에 옮기기 시작했다, 남은 것들을 모으는 일은 왠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2. 전자레인지에 김치를 살짝 데우고, 어묵을 팬에 넣어 간장 한 방울을 떨어뜨렸다, 불 위에서 어묵이 다시 반짝이기 시작했다, 멸치는 기름을 살짝 둘러 볶으니 고소한 냄새가 부엌에 퍼졌다, 그렇게 조금씩 반찬들이 살아났다, 손끝에서 다시 따뜻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새로 만든 건 아니지..
2025. 10. 28.
고추장 넣고 비벼 먹던 옛날 도시락
1. 요즘 도시락이라고 하면 깔끔한 반찬 칸에 정갈하게 담긴 편의점 도시락이 떠오르지만, 내 기억 속 도시락은 늘 고추장 냄새로 가득한 양은도시락이었다, 뚜껑을 열면 밥과 김치, 멸치볶음, 달걀말이가 조금씩 뒤섞여 있었고, 점심시간이 되면 친구들과 둥글게 앉아 서로의 도시락을 비교하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반찬이 많지 않아도 고추장 한 숟갈이면 충분했다, 숟가락으로 푹 떠서 밥 위에 올리고, 참기름을 몇 방울 떨어뜨린 다음 마구 비벼 먹던 그 맛은 지금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2. 밥을 비빌 때면 도시락통이 덜그럭거렸다, 금속 뚜껑이 부딪히는 소리가 식탁 대신 교실 바닥에서 울려 퍼졌다, 한참 비비다 보면 밥이 눌어붙어 뭉치고, 김치 국물이 스며들어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그때의 밥 냄새는 단순..
2025. 10. 27.